개발 생태계에 총 겨누는 ‘SW 특허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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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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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2014.06.27 개발 생태계에 총 겨누는 ‘SW 특허 확대’ 이성규 patent_troll_chart 공유 트윗 + 1 메일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지난 6월12일 전기자동차 슈퍼차지 특허를 무료로 공개했다. 당시 창업자인 엘런 머스크가 밝힌 공개 이유는 이랬다.

“처음으로 창업한 집2(Zip2)라는 업체 운영 당시 초기에는 특허 제도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 제도가 대기업과 법조계만 배부르게 하는 제도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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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특허를 공개한 슈퍼차지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에 오히려 거대한 울타리가 처질 조짐이다.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뒤섞이며 모방하고 융합해 혁신을 창조해내는 개발 프로세스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오픈소스와 선배 개발자의 지혜에 올라타 더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풍토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특허청은 지난 6월18일 소프트웨어 분야 특허 보호 대상을 7월1일부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플랫폼, 운영체제 등 컴퓨터 프로그램에 준하는 유형도 ‘물건의 발명’으로 인정해 특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모바일 앱의 기능이나 그 자체, 플랫폼 등도 모두 특허 등록 대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저작권 이어 특허까지, SW 2~3중 보호막

그간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에 의해 1차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 대상은 대체로 소프트웨어 소스코드에 해당됐다. 하지만 모바일 앱은 물건의 발명인지, 방법의 발명인지가 모호해 지금까지는 특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엄밀히 말하면 특허 거절 빈도가 높았다. 이 때문에 특허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한 하드웨어 장치와 결합한 방식으로 명세서를 다시 써야 했다. 아니면 데이터 처리 과정 흐름도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손에 잡히는 물건이나 방법임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특허청 조치로 우회로를 타는 수고는 사라졌다. 아이디어 수준의 방법이나 애플리케이션, 기능도 보호 대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디어 수준의 모바일 앱이나 소프트웨어라도 특허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이러한 특허를 피하기 위해 매번 특허청 웹사이트를 뒤져야 하고, 창업자들도 침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려워진다. 저작권에 이어 특허권까지 인정되면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호의 장막이 더욱 두터워지면서 공유와 모방을 통한 창조는 어려워졌다.

애초 특허청의 심사기준 표현 변경은 소프트웨어 특허 거절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박상현 특허청 컴퓨터시스템심사과 사무관은 “그간 모바일 앱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고 싶었던 분들이 있었는데 거절당했다”라며 “그래서 규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에서 (심사기준 표현 변경 작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앱 특허 신청이 물건의 발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거절당하는 사례가 잦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아 심사기준 표현을 고치게 됐다는 얘기다.

특허청은 2011년, 특허법 개정을 통해 비슷한 취지의 방안을 도입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특허청은 소프트웨어를 ‘물건’으로 인정해 특허 대상을 확대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상현 사무관은 당시의 법률 개정과 이번 심사기준 변화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는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2011년 법 개정과 오버랩되면서 실제 이상으로 과하게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청이 꾸준하게 소프트웨어 특허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여 온 점을 감안하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우려① : 특허괴물의 전횡과 창업 생태계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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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내 특허 소송 가운데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 비율(자료 : 백악관 블로그)

특허청의 소프트웨어 특허 보도 대상 확대 정책은 여러 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첫 번째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전횡을 양산할 가능성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미 북미는 소프트웨어 특허로 인해 특허괴물의 천국이 된 지 오래다. 미국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미국 내 특허 소송의 62%는 특허 괴물이 제기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법률 인력이 로스쿨을 통해 양산되고 있는 현재 국면에서 특허괴물의 등장은 시간 문제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특허까지 보태지면 이들 ‘괴물’이 전횡을 일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이들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자체 개발한 특정 알고리즘과 소스코드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송으로 위협할 개연성도 높다. 앨런 머스크가 특허 공개를 발표하면서 “법조계만 배부르게 하는 제도”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허괴물의 전횡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이 위축된 사례도 있다. 2011년 5월 미국 특허괴물 로드시스는 애플 iOS 개인 개발자 7명을 상대로 앱내부결제 API 특허 침해를 내세워 소송을 걸었다. 앱내부결제 API를 개발한 주체는 애플이지만, 정작 소송은 이 API로 iOS 앱을 제작한 개인 개발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로드시스의 목적은 개인 개발자들을 소송으로 위협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데 있었다. 애플과 전자프론티어재단이 개인 개발자 편에 서서 소송을 지원했지만 결국 텍사스 법원은 특허괴물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로드시스는 무차별적으로 개인 개발자들을 향해 제소를 이어갔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그 자체가 지닌 모호성과 포괄성으로 인해 특허괴물의 출현을 촉진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소프트웨어 특허는 추상적 아이디어나 공식, 알고리즘 기술 등 대체로 보면 신규성이 부족하고 범용 아이디어에 가깝고 기술 혁신과 진보성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정 지배적 디지털 기업에 의해 장악될 확률이 높고, 이는 과도한 시장 독과점의 폐해를 낳는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더 큰 문제는 특허괴물의 횡포가 창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로드시스 사례에서 보듯, 특허괴물의 소송전은 주로 개인 개발자나 스타트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소송에 대한 법률적 대응력이 떨어지고 비용 충당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래서 합의금을 지불하는 경향이 높다. 또한 이들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늘어날수록 창업 아이템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오픈소스의 효과적 활용은 필수다.

리차드 스톨만 자유소프트웨어재단 설립자는 오픈넷에 보낸 의견서에서 “컴퓨터 관련 특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자신이 작성한 프로그램 코드 때문에 소송에 휘말릴 위험에 빠뜨린다”라며 “심지어 프로그램 이용자도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려② : 오픈소스 생태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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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소스이니셔티브 멤버십(출처 : opensource.org)

소프트웨어 특허 범위 확대는 곧바로 오픈소스 생태계에도 위협을 가하게 된다. 현재 수많은 국내 개발자들은 오픈소스를 활용하거나 참고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기획·개발하고 있다.

구대환 서울대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소스코드를 공개하면 경쟁자가 특허 침해를 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는 특허침해 소송을 피하기 위해 소스코드를 비밀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특허 침해를 우려해 개발자들 스스로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되고 오픈소스 공개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스코드를 비밀로 유지하는 문화를 강화시켜 기술 공유와 혁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낳는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소송 남발로 이어져 오픈소스 진영을 이미 위축시키고 있다. 그 사냥터는 빅데이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특허 괴물로 알려진 패럴렐아이언은 2012년을 시작으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인 HDFS 기술에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패럴렐아이언은 이미 삼성전자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오라클 등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빅데이터 기술은 오픈소스에 의존하고 있어, 오픈소스 기반의 빅데이터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잠재적 피소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광석 교수는 “(일부 특허권자들이) GNU 등 자유소프트웨어와 오픈소프트웨어 진영에서 벌이는 소스코드 공개와 혁신의 공유 문화에 특정 알고리즘 특허권을 갖고 법적 위협을 행하면서 이에 적대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오픈소스 개발 지원 사업 대상자인 이종은씨는 “소프트웨어 개발 특성상,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소스코드를 참조하고 일부 변형해서 쓰기 마련”이라며 “특허 대상이 확대돼 공개된 코드가 줄어든다면 창작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이번 소프트웨어 특허 대상 확대가 오픈소스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청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술은 누구도 특허받을 수 없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라며 “이번 심사기준 개정은 오픈소스 기술과 아무런 관련 없고 기존의 오프소스와 비교해도 정책적인 지향점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우려③ : 특허 공격 방어 위한 관리 비용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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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관리 비용의 증대도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다. 으레 IT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특허 소송을 방어하기 위해 특허 매입에 나선다. 이들은 대개 혁신적인 스타트업 몇 곳을 인수하고도 남을 정도의 비용을 퍼붓는다. 기술 혁신을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이 특허 방어에 새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는 올해 3월 IBM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을 매입하기 위해 3600만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트위터는 당시 “우리는 현재 적지않은 지적재산권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경쟁이 심해질수록 특허 등 지적재산권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는 구글과 페이스북에도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해 1만7천여개의 특허를 손에 넣었지만, 그 비용으로만 수억달러를 지불했다. 페이스북도 지난 2012년 야후의 특허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IBM으로부터 750건에 이르는 특허를 구매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특허 방어 비용을 들여야 하는 악순환은 이미 현실이 됐다. 오픈넷 이사인 남희섭 변리사는 “일반적으로 특허를 취득하는 이유는 자기 자산을 보호하기보다는 공격을 방어하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특허가 발명이나 혁신을 확산하기보다 방어를 위한 비용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창작과 혁신 잠재적 씨를 말리고 고갈시킬 것”

이번 심사기준 개정만으로 이 모든 우려가 현실이 될 것으로 확대 해석하긴 이르다. 박 사무관의 해명처럼 “과거 전력이 있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껏 특허청의 행보는 확대 해석의 빌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남희섭 변리사는 “특허청의 기관적 성격상, 특허등록이 줄어드는 선택은 못 한다”는 말로 반박을 대신했다.

100% 완전한 창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도 예외는 아니다. 제조업과 달리 소프트웨어의 혁신은 ‘모방의 법칙’에 의존하는 경향이 클 수밖에 없다. 대다수 소프트웨어 특허 또한 누군가의 지혜와 지적 결과물 위에서만 증축될 수 있었다.

특허청은 소프트웨어의 특수한 성격을 부인한다. 소프트웨어 특허의 남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규제로 바라보고 ‘완화해야 할 대상’으로 접근한다. 그것이 초래할 개발 생태계의 위험은 핵심적인 고민거리는 아닌 것이다. 애초부터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남희섭 이사는 “(특허청 공무원들이) 애초부터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광석 교수도 이러한 특허청의 태도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제3의 창작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 확보 없이 소프트웨어 특허의 변종 지식재산권의 확산은 당장은 아이디어 사유화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지대를 증가시킬 수는 있겠지만 결국 수많은 대중 창작과 혁신의 잠재적 근원의 씨를 말리고 고갈시킬 수 있다.”

오는 7월1일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특허는 매년 600건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늘어난 특허가 ‘자유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향해 언제 소송의 총구를 겨눌지 모른다. 미국이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